|
제목
|
이용후기 스타베팅
|
|
작성자
|
이필창
|
|
작성일자
|
2023-11-17
|
|
조회수
|
12
|
미소 지으며 페이퍼 타월을 휴지통에 버리는 수지를 보며 이나가 눈을 깜박였다.‘뭐지? 이 화법은?’마치, 둘이 사귄 지 얼마 안 돼 다행이라는 것 같은 뉘앙스에 이나는 순간 싸한 기분을 느꼈다.‘이 여자 혹시…… 주원이를 좋아하는 건가?’왠지 좋지 않은 예감이 들려는 찰나 갑자기 수지가 이나에게 손을 쑥 내밀었다.이나가 의아한 눈빛으로 그 손을 쳐다보자 수지가 웃으며 말했다.“아깐 내 소개를 자세하게 못 했죠? 민수지라고 해요. 주원이랑은 같은 대학 경영학과 나왔고요.”“아…… 저는 서이나라고 해요.”이나가 여전히 싸한 기분을 느끼며 가만히 수지의 손을 잡았다.가볍게 악수를 한 수지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물었다.“근데 주원이랑은 어떻게 만나신 거예요? 주원이 성격에 소개팅 같은 걸 하진 않았을 텐데…….”주원이를 잘 알고 있다는 듯한 말투에 이나의 마음속 어딘가가 꿈틀거렸다.굳이 대답할 필요를 못 느꼈지만 이나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소개팅은 아니고 주원이랑은 중3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예요.”“중3이요?”수지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네.”수지가 눈을 깜박이며 이나를 쳐다보다가 이내 미소를 지었다.“꽤…… 오랜 시간 알고 지내셨네요?”“뭐, 그렇다고 볼 수 있죠.”“궁금하네요. 주원이가 중3 때는 어떤 모습이었을지.”그 시절의 주원을 상상이라도 하듯 기분 좋은 미소를 짓는 수지의 모습에 이나의 마음속이 한층 더 꿈틀거렸다.“주원이는 아마 그때도…… 지금처럼 매력적이었겠죠?”호기심을 가장한 수지의 도발이 직선으로 날아와 이나의 가슴을 콕 찔렀다.이에 이나의 입가에 머물고 있던 미소가 조용히 사라졌다.아…… 조금 전 내가 느꼈던 싸한 기분은 내 착각이 아니었구나.마음속이 서늘해졌지만 이나가 애써 차분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말해 뭐 하겠어요? 입만 아프지.”의외의 당돌한 대답에 수지가 잠깐 놀란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픽 웃었다.“그래요? 근데, 그렇게 매력적인 주원이랑 오래 알고 지냈는데…… 왜 이렇게 뒤늦게 와서야 사귀는 건지 좀 궁금하네요?”수지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물었지만 ‘뒤늦게 와서야’라는 말에 묻어 나오는 날카로움을 이나는 감지해 냈다.이번엔 이나가 픽 웃으며 수지에게 물었다.“제가 지금 헷갈려서 그러는데…… 주원이랑 많이 친한 사이신가요? 아니면…… 우리 주원이한테 관심이 많으신 건가요?”‘우리 주원이’란 이나의 말이 수지의 가슴속을 콕, 하고 찔렀다.수지가 입술 안쪽 살을 깨물었다가 다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뭐, 옛 남자 친구에 대한 미련도 관심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면…… 관심이 맞겠네요.”이나의 눈이 커다래졌다.“네? 지금 뭐라고…….”“주원이랑 1년 반 동안 사귀었거든요.”그 말에 이나의 심장이 저 밑바닥 어딘가로 떨어졌다.놀란 마음에 이나가 아무 말 못 하는데 수지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많이 놀라셨나 봐요?”이나가 정신을 가다듬고 수지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언제 사귀었는데요?”“3년 전에요.”3년 전…….이나가 알지 못하는 주원의 과거 속 한 단편일 뿐이라고 애써 생각하며 이나가 물었다.“그런데요? 지금 저한테 굳이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죠?”수지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더니 눈가에 힘을 주며 말했다.“지난주 동창회에서 3년 만에 주원일 만났거든요. 3년 만에 보게 되면 난 어떤 기분이 들까 했는데…… 여전히 매력적이더라고요. 되찾고 싶게.”마지막 ‘되찾고 싶게’에 힘을 준 수지의 목소리에 이나의 눈동자가 정지했다.심장이 쿵쿵거리기 시작하는데 그때 이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주원이었다.이나가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어. 이제 식 다 끝났는데, 아직 화장실이야?“아니야. 이제 나갈 거야. 응. 거기서 기다려.”떨림을 감추고 다정하게 말한 이나가 전화를 끊은 뒤 수지를 응시하며 말했다.“지금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서늘한 이나의 목소리에 수지가 이나를 정면으로 쳐다봤다.“되찾고 싶다고 하면 되찾아지는…… 이주원이 그렇게 허술한 사람이었던가요?”이번엔 수지의 눈이 커다래졌다.눈앞의 이 여자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키도 작고 귀여운 스타일의 미인이었다.그런 귀여운 여자의 입에서 나온 말은 생각보다 너무 싸늘해서 수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1년 반이나 사귀었다면서, 주원이 성격을 아직 파악 못 하셨나 봐요?”수지가 경직된 표정으로 이나를 응시했다.“내 남자 매력적인 건 누구보다 내가 잘 아니까, 우리 주원이 이름 다시는 언급 안 했으면 좋겠네요.”수지가 입술을 깨물며 이나를 쏘아보았다.“그럼, 먼저 나갈게요. 우리 주원이가 기다리고 있어서요.”이나가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까딱하곤 문을 열고 나갔다.이나가 나가자 수지가 깨문 입술을 부르르 떨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저만치 서 있는 주원에게 걸어가는데 이나의 손이 떨려 왔다.이나가 얼른 손을 말아 쥐며 표정 관리를 했다.주원의 옆으로 가서 서자 호준 옆에 서 있던 여자 동기가 이나에게 물었다.“우리 커피숍 가서 커피 한잔할 건데 이나 씨도 같이 갈래요?”“아…….”이나가 뭐라 대답하려는데 주원이 이나의 손을 잡으며 동기에게 말했다.“미안, 우리는 약속이 있어서.”주원의 말에 이나가 주원을 쳐다보았다.약속 같은 건 없는데…… 혹시 주원이가 지금 내 기분을 알아챈 걸까?“아,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그럼 이나 씨, 다음에 기회 되면 또 봐요.”동기의 말에 이나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다음에 꼭 봬요.”“그럼 우리 먼저 갈게.”주원이 호준과 동기들에게 눈인사를 한 뒤 발걸음을 옮겼다.주차장까지 걸어가는 동안 어쩐지 주원은 말이 없었다.다만, 꽉 잡고 있는 이나의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을 뿐이었다.이윽고 차 앞에 멈춰 서자 주원이 조수석 문을 열어 주었다.“고마워.”이나가 올라타자 주원이 천천히 운전석으로 돌아가 차에 올라탔다.이나가 가만히 벨트를 매는데 주원이 이나 쪽으로 몸을 돌렸다.“이나야.”부드럽게 부르는 그 음성에 이나가 주원을 쳐다보았다.주원이 손을 뻗더니 이나의 머리카락을 넘겨주며 말했다.“지금 기분 괜찮아?”“응? 어…… 괜찮은데?”이나가 얼버무리며 대답하는데 주원이 가만히 이나를 바라보다가 물었다.“혹시 화장실에 민수지 있었어?”이나의 눈이 동그래졌다.“어? 그걸…… 어떻게 알아?”이나가 놀란 눈으로 묻자 주원이 짧은 한숨을 내쉬더니 이나의 손을 꼭 잡았다.“미안해.”갑작스런 사과에 이나의 눈이 더 동그래졌다.“너한테 이런 말을 하게 될 스타베팅 몰랐는데…… 지금 네 표정을 보니까 해야 할 것 같아.”이나가 긴장된 표정으로 주원을 바라보자 주원이 이나의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말했다.“민수지하고는 3년 전에 1년 반 정도 만났던 사이야.”민수지에게 이미 들은 얘기인데도 주원의 입으로 다시 들으니 그 파급력은 생각보다 컸다.심장이 발끝으로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하지만, 그때 미련 없이 끝냈기 때문에 남아 있는 감정은 한 톨도 없어.”이나가 침을 꿀꺽 삼켰다.
|
|
